의무기록 즉시 확보
증거 자료 꼼꼼 수집
의료분쟁 상담 필수
내용증명 발송 고려
전문가 도움 받기
가족 중 한 명이 비교적 간단한 시술을 받은 후 예상치 못한 심각한 부작용을 겪었을 때, 정말 눈앞이 캄캄해지는 경험을 했다. 병원 측은 의례적인 설명과 함께 '최선을 다했다'는 말만 반복할 뿐, 속 시원한 설명이나 책임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강한 의심은 들었지만, 의학이나 법에 대해 아는 것이 없는 평범한 사람으로서 무엇부터 해야 할지, 누구에게 도움을 청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인터넷을 뒤져 정보를 찾아봤지만, 단편적이고 때로는 상반되는 정보들 속에서 혼란만 가중되었다.
의료사고는 누구에게나 예고 없이 찾아올 수 있는 불행이다. 만약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감정에 휘둘리기보다는 침착하고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의료사고 발생 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그 절차와 유의사항에 대해 자세히 풀어보고자 한다.
초기 대응과 증거 확보
의료사고라고 의심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관련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다. 병원을 상대로 문제를 제기하고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자료가 필수적이다. 우리 가족의 경우, 시술 직후부터 나타난 이상 증상과 병원 방문 기록, 담당 의사와의 상담 내용 등을 날짜별로 꼼꼼하게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즉시 병원에 의무기록 전체(진료기록부, 검사 결과지, 간호기록지, 수술기록지, 영상 자료 CD 등)의 사본 발급을 요청했다. 처음에는 병원 측에서 일부 기록만 주거나 절차가 복잡하다며 시간을 끄는 듯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지만, 환자의 당연한 권리임을 주장하며 끈질기게 요구하여 모든 자료를 확보할 수 있었다.
의무기록은 추후 의료 과실 여부를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근거 자료가 되므로, 최대한 신속하고 빠짐없이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혹시 모를 기록 위·변조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초기 대응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진단서나 소견서를 발급받아 두는 것도 좋다.
전문가 상담 중요성
확보한 의무기록과 증거 자료들을 가지고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 의학 용어는 어렵고, 기록만 봐서는 과실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전문가의 도움이다. 인터넷 정보나 주변의 조언에만 의존하기보다는 의료 관련 법률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나는 여러 곳을 수소문한 끝에 의료소송을 전문으로 다루는 변호사와 상담을 진행했다. 변호사는 확보한 자료를 검토하고, 의료 과실의 가능성, 법적 쟁점, 소송 시 예상되는 결과 등에 대해 객관적인 조언을 해주었다. 또한,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하 의료중재원)이라는 기관을 통해 상담 및 조정을 신청하는 방법도 안내받았다. 의료중재원은 의료사고로 인한 분쟁을 소송 대신 조정이나 중재를 통해 해결하도록 돕는 공공기관이다.
전문가 상담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설정하고, 불필요한 시간과 감정 소모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상담 시에는 준비한 자료를 바탕으로 육하원칙에 따라 사고 경위를 명확하게 설명하는 것이 좋다.
내용증명과 병원 협상
전문가와 상담 후 본격적인 대응 방향을 결정했다면, 병원 측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가장 먼저 고려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내용증명' 우편 발송이다.
내용증명은 발신인이 수신인에게 어떤 내용의 문서를 언제 발송했다는 사실을 우체국이 공적으로 증명하는 제도이다. 우리 가족은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사고 경위, 병원 측의 과실로 의심되는 부분, 그리고 우리가 요구하는 사항(예: 상세한 설명 요구, 사과, 손해배상 협의 요청 등)을 담은 내용증명을 작성하여 병원장에게 발송했다.
내용증명 자체가 법적 강제력을 가지는 것은 아니지만, 병원 측에 심리적 압박을 주고, 우리의 입장을 명확히 전달하며, 추후 조정이나 소송 과정에서 중요한 증거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내용증명 발송 후 병원 측과 합의를 시도해 볼 수도 있지만, 병원이 과실을 쉽게 인정하거나 만족스러운 배상을 제시하는 경우는 드물다. 협상 과정에서의 모든 대화나 제안 내용은 꼼꼼히 기록해두는 것이 중요하다.
조정 및 소송 절차
병원과의 직접적인 합의가 어렵다면, 의료중재원을 통한 조정 절차를 고려해 볼 수 있다. 의료중재원에 조정을 신청하면, 중재원에서 의료사고 감정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조정 절차를 진행한다.
조정은 소송에 비해 절차가 간편하고 비용 부담이 적으며, 신속하게 분쟁을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우리도 의료중재원에 조정을 신청했고, 몇 차례 조정기일을 거쳤지만 양측의 입장 차이가 커서 결국 조정이 성립되지 않았다. 조정이 불발되거나 조정 결과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최후의 수단으로 법원에 의료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의료소송은 의료진의 과실과 그 과실로 인해 환자에게 손해가 발생했다는 인과관계를 환자 측에서 입증해야 하는 매우 어렵고 힘든 과정이다. 전문적인 법률 지식은 물론이고, 상당한 시간과 비용, 그리고 정신적인 고통이 수반된다.
특히 손해배상 청구권은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불법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10년의 소멸 시효가 적용되므로, 이 기간을 놓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Q&A
의료사고 입증 책임은 누구에게 있나요?
원칙적으로 의료 행위의 과실 및 인과관계를 환자 측이 입증해야 한다. 이것이 의료소송의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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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고 손해배상 소멸 시효는 언제인가요?
답변: 손해 및 가해자를 알게 된 날로부터 3년, 또는 불법행위(사고 발생일)가 있은 날로부터 10년 중 먼저 도래하는 기간이다.